저긴장증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하체 힘은 곧 독립적인 보행을 향한 희망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아이가 서 있거나 걸으려고 할 때 다리가 후들거리거나 자꾸 주저앉는 모습을 보면 부모의 마음은 대신 아파해주지 못해 늘 무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하체의 근긴장도가 낮은 아이들에게 다리 근육은 단순히 걷기 위한 도구를 넘어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탱하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단단한 뿌리가 됩니다.
오늘은 치료실 밖 거실 바닥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땀 흘리며 아이의 하체에 힘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훈련법들을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지면을 밀어내는 감각을 깨우는 발바닥 지지와 밀기 놀이
하체 훈련의 시작은 근육을 키우기 전에 내 발바닥이 지면에 닿아 있다는 감각을 뇌에 전달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저긴장증 아이들은 발바닥으로 지면을 차는 힘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위해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누워서 하는 발차기 놀이입니다. 아이를 똑바로 눕힌 뒤 부모님이 손바닥을 아이의 발바닥에 갖다 대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부모님의 손을 밀어내도록 유도해 보는 것입니다.
이때 그냥 밀어봐 라고 하기보다 엄마 손을 멀리 보내버려 혹은 이 괴물 손을 밀어내자 하며 상황극을 곁들이면 아이는 훨씬 더 즐겁게 다리에 힘을 줍니다. 부모님은 아이의 힘에 맞춰 적절히 저항을 주다가 아이가 힘껏 밀었을 때 뒤로 휙 넘어가는 시늉을 해주세요. 아이는 자신의 다리 힘으로 무언가를 변화시켰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더 강한 자극을 뇌로 보내게 됩니다. 이 사소해 보이는 발차기가 나중에 아이가 바닥을 딛고 일어설 때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중력을 견디는 단단한 허벅지 만들기 무릎 서기와 스쿼트 놀이
아이가 네발기기를 하거나 무언가를 잡고 일어서기 시작했다면 이제 무릎 서기 자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무릎을 꿇고 상체만 세운 채 서 있는 자세는 서기 전 단계에서 고관절과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는 데 최고의 운동입니다. 거실 소파나 낮은 탁자 위에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올려두고 무릎으로 서서 놀게 해주세요. 아이는 장난감에 집중하느라 자신이 다리 힘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한참을 버티게 됩니다.
우리같은 어른들은 헬스장에 가서 스쿼트를 무거운 무게를 들고 하지만, 아이들은 그냥 서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운동이 됩니다.
이 자세가 익숙해지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스쿼트 놀이로 발전시켜 보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의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살짝 내렸다가 으랏차차 하며 일어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때 부모님은 아이의 손을 꽉 잡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할 수 있게 가벼운 지지만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허벅지가 단단해지는 만큼 아이의 보행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매일 조금씩 횟수를 늘려가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턱걸이를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한개도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무반동으로 12개 까지는 무리없이 합니다. 제가 턱걸이를 못할 때 턱걸이를 할수 있게 도와 줬던 것은 철봉에 그냥 매달려 있던 것 입니다. 아이들도 똑같습니다. 그냥 버티고 버티다 보면 자연스레 힘이 키워 집니다.
균형 감각과 하체 안정성을 동시에 키우는 징검다리 건너기
어느 정도 서 있는 힘이 생긴 아이라면 이제 발바닥의 미세한 근육들까지 깨워줄 차례입니다. 집안에 있는 쿠션이나 방석 혹은 두꺼운 이불들을 바둑판처럼 깔아놓고 징검다리 놀이를 해보세요. 평평한 바닥이 아닌 푹신한 쿠션 위를 밟을 때 아이의 발목과 종아리 근육은 균형을 잡기 위해 쉼 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근육을 크게 만드는 것을 넘어 근육의 질을 높이고 협응력을 기르는 데 탁월합니다.
부모님은 아이의 손을 잡고 한 걸음씩 쿠션을 밟고 지나가며 여기는 구름 위야 혹은 여기는 솜사탕 나라야 하며 상상력을 자극해 주세요. 아이가 흔들거리는 쿠션 위에서 중심을 잡으려 애쓰는 매 순간마다 하체의 신경망은 더욱 촘촘하게 연결됩니다. 만약 아이가 특정 발을 잘 안 쓰려 한다면 그 발로만 쿠션을 밟게 유도하는 등 세밀한 변화를 주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거실을 한 바퀴 다 돌고 나서 아이를 꽉 안아주며 대단하다고 속삭여주는 그 순간이 아이에게는 최고의 재활 시간이 됩니다.
기다림이라는 따뜻한 햇살 아래 자라나는 아이의 힘
저긴장증 아이를 키우는 여정은 결코 단거리 경주가 아닙니다. 남들은 돌 때 걷는데 우리 아이는 아직 제대로 서지도 못한다는 조급함이 부모의 마음을 수시로 흔들어 놓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발달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물 밑에서 쉼 없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오늘 아이가 보여준 작은 발차기 한 번과 1초의 버팀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이 믿어주는 만큼 그리고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만큼 아이의 하체는 조금씩 단단한 뿌리를 내립니다.
훈련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오늘 저녁 식사 전 아이와 거실에서 10분 동안 꺄르르 웃으며 발차기를 하고 무릎 서기를 한 그 시간이 바로 기적을 만드는 시간입니다. 아이의 다리에 힘이 실리는 날 아이는 그 힘으로 세상 누구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아이와 손 맞잡고 걷는 이 길 자체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성장과 사랑의 기록이니까요. 세상 모든 저긴장증 아이들과 그 곁을 지키는 든든한 부모님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